동백꽃을 보러 갔었지. 붉은 비단길을 걷고 싶었지만, 나의 걸음은 느렸고 사람들은 너무도 많았어.
by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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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양철 지붕위로 떨어지던 빗소리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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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사라지다
 새벽녘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놀라서 깼다. 열어둔 창을 닫고, 다시 잠을 청했다. 늘어진 긴 잠에 아침을 놓치고, 큰 언니의 전화로 입을 열었다.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과 아직 오지 않은 식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요 며칠 언니와 나의 대화는 그 두가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나 내게 건강 조심을 당부하는 언니의 맘을 알기에 연신 조심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조심하여 될 일이면 걱정도 안할텐데. 정말 걱정이다. 아이의 학교에서도 월요일 등교시에는 온도 체크를 할 꺼라는 문자가 왔다.

 또 이렇게 계절이 변하고 있다. 올 여름, 계획했던 바다는 가지 못했다. 하여, 다시 바다를 계획하고 있다. 지인이나 친구의 표현에 손을 뻗으면 닿을 바다로 향하는 것도 참 어렵다. 계절이 변하는 날들, 20여일 좁은 방을 차지하던 선풍기는 창고로 향했고, 여름 이불도 이제 세탁을 해야 한다. 가을엔 친구의 결혼식도 있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날짜를 잡았다. 잘 했다 훈수를 놓으며 늙은 신부를 보게 생겼다고 놀리기도 했다.


 단단해지고 싶었던 여름은 사라진다. 뒤를 이어 단단해지고 싶은 가을이 온다.  창문을 닫기 전, 시를 옮겨 적는다.  삶에는 순서가 없다. 고통을 달래는 순서도 없다. 그저 견딘다.


토란잎과 연잎은 종이 한장 차이다 토련(討蓮)이라고도
한다

 큰 도화지에 갈매기와 기러기를 그린다 역시 거기서
거기다

 누워서 구름의 면전에 유리창을 대고 침을 뱉어도 보
고 침으로 닦아도 본다

 약국과 제과점 가서 포도잼과 붉은 요오드딩크를 사다
가 반씩 섞어 목이나 겨드랑이에 바른다

 저녁 해 회색삭발 시작할 때 머리카락에 가위를
대거나 한송이 꽃을 꽂는다 미친 쑥부쟁이나 엉겅퀴

 가로등 수위치를 찾아 죄다 한줌씩 불빛 낮춰버린다

 바다에게 가서 강 얘기 하고 강에 가서 기차 얘기 한다

 뒤져보면 모래 끼얹은 날 더 많았다 순서란 없다

 견딘다 <김경미의 고통을 견디는 순서, 전문>

by april | 2009/08/30 23:18 | 달뜨는 일상이면 좋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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