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보러 갔었지. 붉은 비단길을 걷고 싶었지만, 나의 걸음은 느렸고 사람들은 너무도 많았어.
by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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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손전화가 울린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 Y 였다. 거의 5년만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번호 아직 쓰고 있네, 혹시나 했더니'.
'응, 오랜만이네, 잘 살고 있지?'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잘 살아.'

 ..... 


그렇게 30분 정도 제법 긴 통화를 나누었다. 작년에 일을 그만두었고 둘째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Y는 같은 과 동기와 결혼을 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소식은 그녀를 통해 듣고 했는데 지금은 그도 소식을 접하지 못한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대학 시절을 생각했다.  Y는 서울 아이였고, 나는 대학이 소재한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서울에 대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나  Y 역시 그런 내게 거리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하여간,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여자 동기가 적었기에 항상 붙어다녔다. Y는 목소리가 컸다. 선배들과의 술자리에 함께 하기를 원했고, 남자 동기들의 연애사를 궁금해했었다.

사실, Y와 연락은 이상하게도 반갑지 않았다. 대학동기이고, 룸메이트였지만  Y와 친함에 있어 딱히 우정의 농밀함을 말하기가 어렵다. 뭐랄까, 정호승 시인의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의 시구절처럼 Y에겐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Y는 분명 아니라고 할테지만, 내게  Y는 그렇다. 얼굴을 본지 꽤 되었다. 나를 보러 한 번 온다고 했다. 나도 그러라고 했다. 그러라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많은 이들, 갑작스레 떠오르는 사람들.어떤 이는 너무도 간절하여 수소문한 적도 있다. 그리하여 연락이 닿았던 날들. 그러나 다시 끊어진 실처럼 되고 만다. 관계를 유지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나를 기억하는  Y, 고마운 일이다. 그래, 고마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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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 | 2009/06/08 14:24 | 달뜨는 일상이면 좋을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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