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보러 갔었지. 붉은 비단길을 걷고 싶었지만, 나의 걸음은 느렸고 사람들은 너무도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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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 걸음(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 말그대로 쿨한 그낌
일러스트가 독특하고 한 눈에 제목과의 조화가 나쁘지 않았다. 검은 머리 여자의 손에 들린 커피잔이 길고 긴 검은 머리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서유미, '판타스틱 개미지옥'을 읽고 이 책을 만났다면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은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판타스틱 개미지옥를 무척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 역시나 <문학수첩작가상>의 수상작이다.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과  <문학수첩작가상>  한 해에 두 개의 화려한 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내민 그녀, 준비된 작가일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가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사회 전반의 경제 위기, 길어진 수명에 비해 너무 빨리 찾아온 퇴직 후의 생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사는데 일할 곳 없는 청년실업, 한 번씩 느끼는 결혼과 사랑, 삶에 대한 회의. 이 모든 것을 큰 그릇에 넣고 비벼놓은 비빔밥 같은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작가는 가볍지 않는 문제를 명랑한 실로폰으로 연주하고 있다.

서른 셋의 싱글인 주인공 연수를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 친척, 가족, 등등 그녀와 관계된 일상은 곧 우리의 일상이 된다. 그래서 더 쉽게 공감하고 더 웃고 같이 절망하고 슬퍼하게 한다. 서른 셋, 연수에게 사랑도 일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 이 모든 것은 안개와 같다.  그러나 연수에게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노년의 무기력함에 이력서를 쓰면서 자식 몰래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 결혼생활과 자신의 일 사이에게 고민하는 친구, 운동장만한 아파트에 잘난 남편을 둔 사촌도 자신만의 안개속을 헤매 있다.

인생에 있어 서른은 결혼, 자신의 일, 삶의 목표가 확연하게 드러나거나 진행되고 있을꺼라 예상을 하며 살아온다. 그러나 막상 그 나이를 지나도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고 확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또 다른 서른인 마흔, 쉰, 그 뒤를 이은 나이의 삶도 역시나 그러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실 너무 두렵고 겁나는게 사실이리라. 그러나 나에게만 그렇다는 것이 아님을 우리가 스스로에게 위로하듯이 소설 속 연수도 그녀의 친구들도 그러하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 나의 친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소설, 그러나 결코 소설이라 하며 과장되게 꾸며지지 않는 소설이다. 그러기에 더 친근감이 생긴다. 살짝 아쉽다면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욕심이 앞서 내용의 결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작가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써낼 것이 분명하고 그 소설 속에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괜찮다.

작가의 수상 소감과 더불어 그녀에 대한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녀를 소설 속 주인공으로 지레짐작 했을지 모르겠다. 쿨하다는 것을 딱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쿨하게 한 걸음' 이란 이 말은 세상 속으로, 일상 속으로, 결혼식장으로 , 나이 듦의 세월 속으로 그 어디든 간에 나에게도 가볍고 경괘하고 신명나는 발걸음을 내딛고 싶게 하는 전염성이 있는 말이다. 


by april | 2008/03/11 11:08 | 타인에게 말 걸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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